'괜찮다'는 위로를 받은 건 얼마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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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요(大丈夫ですよ)
〈10-10-10-100-OK-NG〉 는 본래 2024년 서클 AntiPiracyRecords에서 릴리즈한 앨범 illegal complex에 수록된 saradisk (=皿) 님의 악곡입니다. 2025년 4월 19일 nerdtronics3에서 MV가 최초로 공개되고 이후 니코동에 게시되면서 2025년의 소리MAD 대상에 포함되었고, 일본의 '음MAD 작가가 뽑는 음MAD' 10선 투표에서 28표를 받으며 생방송에 노미네이트되기도 했습니다.
수식할 수도 없을 정도로 대단한 신작과 인기작들을 한없이 들을 수 있었던 nerdtronics3였지만, 그 중에서 가장 마음을 울렸던, 말하자면 앤섬(Anthem)을 꼽으라고 하면, 제 선택은 고민 없이 이 작품이 되겠습니다.
- 앤섬(Anthem)은 국가 및 단체 등 특정 집단의 상징 및 그 집단을 하나로 집약시키는 구심적 기능을 목적으로 사용되는 음악이다.
- 스포츠 앤섬 (Sports anthem) 혹은 스타디움 앤섬 (Stadium anthem)은 경기에서 선수들의 입장곡 등으로 사용되어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용도로 제작되어 사용되는 앤섬을 의미한다.
(from Wikipedia)
DJing에 있어서 앤섬은, 일반적으로 관객 모두가 알고 따라부를 수 있거나 분위기를 가장 효과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곡을 이르는 말입니다. 당연하게도 관객 전원이 알 수밖에 없을 만큼 인지도가 높은 곡들이 주로 앤섬이라고 불리지만, 행사에 따라서는 그 회차 행사만을 위한 앤섬을 만드는 경우가 있기도 하고, 결과적으로 현장의 관객에게 울림과 소속감을 주고 분위기를 끌어올릴 수 있는 곡이면 앤섬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다함께 떼창하기에는 사비의 가사가 기억하기 좀 어려운 편이지만, 그럼에도 일억광년은 매우 훌륭한 한국 합성계의 앤섬이 됩니다. 각 잡고 그렇게 만들어졌죠.
그러면 〈10-10-10-100-OK-NG〉의 어떤 점이 저의, 그리고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요? 저는 이 작품의 "다이죠부"(괜찮아)라는 테마가 음매드로서 상당히 이례적인 선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메시지를 음매드적으로 너무나 잘 전달해냈기 때문에 회장 내 모든 관객들에게 의외성 있는 특별한 감동을 남길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어에 익숙하지 않으신 분들을 위해 일부 내용을 해설해 보겠습니다.

- "신용카드를 가지고 계신 여러분, 현금을 돌려받을지도 모릅니다. 신용카드 사용 시 이자를 과다 납부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환급 받으세요. 소액이라도 괜찮습니다. 옛날 일이라 기억이 희미해도 괜찮습니다. 설령 틀렸더라도 괜찮습니다. 얼마의 현금을 돌려받을지 무료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의 도입부인 나레이션을 해석하면 이렇습니다.

그리고 전화번호인 "10-10-10"를 읊는 리듬과 그 앞 나레이션의 인토네이션을 차용한 곡조가 시작됩니다. 인토네이션 작곡 매드입니다. (혹시 이 용어가 익숙하지 않으시다면, 〈메메메의 주사위가!〉 혹은 〈CƟNCᒧUSIƟN CƟNNE✕IƟN〉 등을 떠올리시면 될 것 같습니다. 모두 소재가 되는 대사의 억양을 곡조로 자작곡을 만들어 쓴 음매드입니다.)

애초에 인토네이션 작곡에 있어서 이렇게 음절을 늘려서 (잡아늘인 것과는 또 다르게) 곡조를 만든다는 발상도 비범한데, 여기에 소재도 곡 전개도 해치지 않는 선에서의 이 미니멀한 타이포그래피를 붙인 것이 정말 절묘하게 잘 만든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서 할 수 있는 최상의 표현을 해냈다고 생각합니다.

엘 샤다이, 시바타, 이나바 창고 등의 "다이죠부"가 들어가는 소재들이 총 출동하면서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1절이 끝을 향해갑니다. 다이죠부 올스타라니!

후반에 접어들면 "100명 올라타도 괜찮아" 라는 캐치프라이즈의 이나바 창고 광고가 주역으로 떠오르는 와중에 안 괜찮다고 하는 반대 진영의 온갖 곡들이 매시업되기 시작합니다. 괜찮아 진영은 〈다다다다 천사〉의 "다메"를 비틀어 "다이죠부"로 만들어 버리기도 하고, 〈HOT LIMIT〉 MV의 별 모양 무대를 가리키며 "↑100명 올라가도 괜찮아"라고 하는데요. 저거 괜찮은 거 맞나요?

아아. 결국 Perfume의 〈괜찮지 않아〉가 치고 들어오며 "전혀 안 괜찮아"라면서 태클 걸리고 맙니다.

〈강풍 올백〉의 가사에 끼어들며 "날씨가 좋으니까 괜찮아", "바람이 너무 세도 괜찮아"라고 또 무리수를 반복하더니 결국 "100명 올라탄 순간 오왓타와"라는 절망적인 끝을 맞으면서 다음 구간으로 넘어갑니다.

〈연애 서큘레이션〉의 "데모 손난쟈 다메"와 〈괜찮지 않아〉의 "젠젠 다이죠바나이"가 매시업되며, "하지만 100명 올라타면 안 돼", "100명 올라타면 전혀 안 괜찮아" 라는 가사가 반복되면서 결국 괜찮지 않다는 츳코미로 이 작품은 엔딩을 맞습니다.
퀄리티에 대한 이야기를 살짝만 하자면, 애초에 DTM(컴퓨터 작곡)을 꽤 오래 해 오신 베테랑인 皿 님 답게, 편곡이나 매시업의 완성도가 상당합니다. 아무래도 음매드계가 아마추어 씬이다보니 사실 인토네이션 작곡 매드들은 프로페셔널한 믹싱을 보여주는 경우는 많지 않은데요, 이 작품은 애초에 걱정도 안 했지만 수준급 완성도의 믹싱을 보여줍니다. 매시업 구간도 거의 너드코어 계열에서나 들어봤을 형태의 과감하고 깔끔한 믹싱이 되어 있습니다. 물론 순수 퀄리티만 높은 게 아니라 중독성도 상당하고 개그도 잘 짜인, 어느 하나 모자라는 게 없는 작품입니다. 이 곡 분명 만들어질 시점에는 음원뿐인 악곡 아니었나요? 그런데도 대사 편집 및 개그가 꽤 많이 들어가있는 게 저에게는 조금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조금 더 거시적인 이야기를 해 볼까요. 이 작품의 전개에 대해서, 전반부에 테마 올스타였다가 후반부에 개드립 위주의 매시업으로 끝나는 구성으로 여길 수도 있겠지만, 저는 이 작품의 테마 형성에 대해 할 이야기가 조금 더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괜찮아"라는 말은 직접 입에 담기에도, 노랫말로서도 조금 낯간지럽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괜찮아?"라고 묻는 것과 이에 "괜찮다"고 대답하는 건 흔한 일인데, 그게 아니라 안심시키기 위해서라던가 위로의 의미로 먼저 "괜찮아"라고 말을 건네는 건 좀 오그라들지 않나요? 사실 일본인 입장에서 「大丈夫」라는 말이 얼마나 비슷한 특성을 가질지 저로서는 알 수 없긴 합니다만, 일단 어느 정도 비슷하다고 생각하고 이야기를 이어가봅시다.
서론에서 '"다이죠부"(괜찮아)라는 테마가 음매드로서는 상당히 이례적임'이라고 썼습니다만, 생각해보면 음매드가 아니더라도 애초에 어떤 매체를 통해서든간에 이 메시지를 직접 입에 담으면서도 오글거리지 않게 전달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겁니다.
이런 측면에서 이 작품은, 다른 맥락에서 쓰인 "다이죠부"를 잘라서 가져다가 붙이고 또 합친다는 철저하게 음매드적인 기법을 통해서, 딱 거부감이 생기지 않을 정도로만 표면 밑으로 메시지를 숨겼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고 보았습니다. 마침 소재로 쓰이는 이 환급금 광고가 전반적으로 꽤 플레인한 톤에 비즈니스적인 느낌이라서, 여기에서 잘려 나온 "괜찮다"라는 말은 오글거린다고 받아들여질 여지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말'이 인간의 무의식에 작용하는 힘은 실로 무시무시해서, 첫 사비가 끝나가고 다른 소재가 등장할 시점 쯤 되면 시청자의 무의식에는 이미 "괜찮다"는 메시지가 침투해 있는 것입니다.
특히 후반의 "100명 올라타도 괜찮다"는 캐치프라이즈가 보케로 쓰이고 이에 대해 '안 괜찮다는' 소재들이 츳코미를 거는 구성 또한 이러한 무의식에의 작용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보케와 츳코미라는 비유를 조금만 더 심화시켜 보자면...
아무리 무대가 좁고 바람이 불어도 굴하지 않고 "100명 올라타도 괜찮다"라고 자신하는, 천연-열혈계 캐릭터 특유의 터무니없지만 그 순수함 때문에 태클을 걸면서도 나도 모르게 조금은 마음이 놓이게 되는 보케. 츳코미를 안 걸면 어린이 만화가 되고, 어이없이 웃으며 츳코미를 걸면 소년만화의 훈훈한 개그 씬이 되는 그러한 보케. 작품 최후반 〈연애 서큘레이션〉과 〈괜찮지 않아〉의 츳코미가, 테마 올스타의 연장일 뿐이라고 여겨질 수 있는 위 대사를 보케로서 확실하게 정립시키고, 시청자한테도 "결국 안 괜찮은 걸로 끝나냐고!"라는 츳코미의 여지를 줌으로써 역설적으로 그 보케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상기하도록 합니다. 괜찮다는 메시지요.
이걸 조금 다르게 표현하자면, 오늘날 매력적인 서브컬처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일차원적인 모에로는 불충분하고 입체적인 캐릭터성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들 하는데, 본 작품은 음매드 차원에서 이걸 해낸 보기 드문 사례라고 총평하고 싶습니다. 첫인상에 모에가 노골적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매력적인, 그리고 그 바탕에는 고차원적인 성격과 오타쿠의 심금을 울리는 가치관이 받치고 있는. 이 작품은 음매드임에도 그런 겉으로 한 눈에 드러나지 않는 복합적인 캐릭터성을 담아내는 데에 성공했다고 봅니다. '음매드의 캐릭터성'이라는 게 말이나 되는 용어인가요? 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키메라같은 용어를 만들어가면서 분석하게 되는 음매드야말로 10선 감일지도 모르죠.
사족으로, 입체적인 캐릭터성 어쩌구 하는 부분은 학원 아이돌마스터 캐릭터들을 떠올리면서 썼습니다. 같이 학원마스 하실래요?
본 기사는 2025 올해의 1선 by 릴라 시리즈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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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기사인 2025 올해의 소리MAD 1선 말미에서 시리즈 전체를 갈무리합니다. 본 기사는 지금 읽고 계신 여러분께서 시리즈 전체를, 아니면 최소한 2025 올해의 소리MAD 1선을 필히 읽어주시리라는 것을 전제로 쓰였음을 감안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