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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올해의 소리MAD 1선 by 릴라

바깥 고리


이 기사에는 사실을 바탕으로 한 허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Title

안녕하세요? 릴라입니다.

여러분은 지난 2025년 얼마나 많은 소리MAD를 감상하셨나요? 이맘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한 해에 마주치게 되는 수백 개의 소리MAD 중 더도 덜도 말고 딱 10개를 고른다는 일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저는 10개를 못 골랐습니다.

본 기사에서는 2025년의 소리MAD들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하나를 소개하겠습니다.


그 전에, 만일을 위해 짚고 넘어갑니다.

여러분은 제 2025 올해의 1선 시리즈 중 마지막, 열 번째 게시글을 보고 계십니다. 가급적이면 시리즈의 다른 기사들을 먼저 확인하신 후 이어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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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스포일러 방지용 코토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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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올해의 소리MAD 1선

토마토와 사촌의 상어

2025년 8월 1일 お菓子太郎 님이 게시한 소리MAD입니다. 애니메이션 〈슬로우 스타트〉, 그 중에서도 차회 예고 부분들을 주로 소재로 사용했습니다. 언뜻 무의미해 보이는 제목 역시 〈슬로우 스타트〉의 에피소드 제목들에서 따 온 것으로 보입니다. (10회차 〈상어의 사촌〉, 11회차 〈토마토 축제〉)

〈슬로우 스타트〉의 등장인물 모모치 타마테에 대해서는 거의 모든 독자 여러분이 익숙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일본 음매드계에서 꾸준히 사랑받고 있고, 한국에서도 2025년 〈타마테 프로파일〉이라는 작품이 나오는 등 입지를 늘려가고 있죠. 타마테만큼 자주 보이진 않지만, 주인공인 이치노세 하나도 한 번쯤 만나보셨을 수도 있습니다. 적어도 소리믹스의 owatax님 타임을 감상하셨다면 한 번은 그 얼굴을 보신 적이 있는 겁니다. 〈ん〜〜〜んんんいいいにんいぎぢぎんいぎいぎんぎぢぢいいんいぎぢにいいんぎぎいいいいいいぢぎんぎいいいんいぢぎぢぎいんいいぎいいぎぎぢぎいんぎんいいいぎいぎいいいいいいいいん ん んんぎいんぎいいいいい〉에서요.

그런데 이번 작품의 주인공은 센고쿠 카무리라고 하는 또 다른 주연 캐릭터입니다. 저는 이 친구가 메인으로 쓰이는 경우는 처음 본 것 같은데요.


전반부는 이 카무리의 대사와 그에 대응되는 클립 영상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눈에 띄는 점은, 카무리를 영상에 등장시키는 것이 아니라 말해지는 사물들을 무심하게 잘라 붙였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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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 작품을 처음 본 이래로 이 구간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는데, 우선 이 등장인물 얼굴이 가려지는 걸 전혀 개의치 않는 콜라주스러운 영상 배치 자체가 심미적인 충격을 줬고... 그 내용에 대해 생각해볼수록 이 구간은 카무리라는 캐릭터의 세계관을 최소한의 표현으로 -- 그럼에도 가감없이 -- 너무나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카무리는 먹는 걸 좋아하는구나, 느긋하고 멍한 성격이구나, 에이코라는 친구를 굉장히 좋아하는구나... 처음 보는 캐릭터인데도 자연스럽게 느끼고 받아들이게 됩니다.

카무리라는 캐릭터의 시선에서 본 세상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그 자신의 모습은 적당히 잘려 있고, (보다 이데아에 가까울) 실물의 음식 사진들이 쓰였고, 그러다가도 금방 나무 위에 앉은 새로 시선이 넘어갑니다. 30초만에 어떤 캐릭터의 세계관을, 적극적으로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늘어놓는 것만으로, 이렇게까지 체감시키고 이해시킬 수가 있구나, 그런 감탄을 뱉기 위한 자각조차 하지 못하고 그저 받아들이게 되는 구간입니다.

그렇다고 카무리의 모습을 의도적으로 완전히 배제시킨 것은 아니라서, 클립의 귀퉁이에 조금 남아있기도 하고, 심지어 본인의 클립도 한 번 보여집니다. 이 작품이 어떤 콘셉트를 강박적으로 지키려고 한 게 아니라 그냥 그런 식의 표현이 된 거라고, 그것까지가 이 작품의 느슨한 감성을 강화하고 있다고 저는 해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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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카무리의 "오네가이"라는 대사와 타마테의 합장하는 모습이 겹쳐지는 장면은 제가 올해 감상한 모든 음매드를 통틀어 가장 좋아하는 장면으로 꼽을 수 있을 듯 합니다. 딱 봐도 너무할 정도로 단순하고, 곰곰이 생각해봐도 그렇게까지 깊게 생각하고 만들었지는 않았으려나 싶으면서도, 심지어는 (차회 예고에는 보통 보이스오버 기법이 쓰이니만큼) 그냥 원본 그대로 적당히 자르기만 했을 뿐이라는 가능성 또한 있다는 걸 알면서도, '어떻게 이 대사를 쓰고 또 이 모습으로 표현할 생각을 했을까' 라고 하는 울림을 저는 이 장면에서 느꼈습니다. 카무리의 목소리 탓에 전반적으로 아기자기한 분위기인 와중에도, 특히 이 장면의 귀여움이 제 뇌리에 깊이 박혔습니다.

말하자면 이 부분, 더 나아가 이 작품의 전반부 전체가 (2024년 Retions님의 10선 기사에서 배운) 합성적 미장센, 멋대로 한정하자면 대사나열 음매드적 미장센이라는 개념을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대사의 발성과 템포, 말투, 말해지는 단어, 원곡의 악기, 편곡, 분위기, 영상으로의 표현까지, 그 조합에서 어느 것 하나 엇나감이 없는 표현을 이 작품은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담으로, 이것을 가장 효과적으로 해냈다고 생각하는 과거의 작품 하나가 2023년 10선에서 소개드렸던 〈우마마니아〉 입니다. 소재의 귀여움을 포착하고 그것을 효과적으로 표현해내는 감각이 여실히 드러난다는 점이 닮았습니다. 거기에 더히 특히 이번 작품은, 그러한 표현이 어디까지 간결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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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기도 타마테가 귀엽습니다

후반부에는 카무리 외의 다른 등장인물의 대사도 등장하기 시작하는데, 앞서 이야기한 차회 예고가 소재라는 사실은 이 구간에서 본격적으로 드러나게 됩니다. 언뜻 전반부에 비하면 특출난 표현 없이 분위기를 이어받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이 구간이 작품 전반의 감성을 한층 더 끌어올리고 있다고 저는 느꼈습니다.

전반부에서 시청자를 카무리의 세계관에 완전히 몰입시켰던 것이 무색하게, 후반부에서는 차회 예고라는 지극히 메타적인 대사들을 숨길 생각도 없이 대놓고 나열하면서 갑자기 스스로 보여왔던 세계관을 허구로서 객관화하고 있습니다. 또한 자유분방하게 배치된 클립을 보여줬던 전반부와 다르게, 후반부에서는 고정된 프레임이 영상 끝까지 유지되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귀에는 똑같이 잔잔하게 들린다지만, 이걸 분위기를 이어받고 있다고 분석해도 되는 걸까요? 저는 이 부분이 시청자의 노스탤지어를 보다 효과적으로 자극하는 설계가 되어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후반부에 접어듦과 동시에 원곡의 보컬이 시작되는데, 시청자는 이 작품에 사용된 곡이 〈Fly Me To The Moon〉의 어레인지라는 사실을 이 시점에 비로소 깨닫게 됩니다. 작품의 설명란을 보면 〈Fly Me To The Moon〉의 70주년 기념으로 작성된, 주요 역대 커버를 되짚어보는 기사의 링크가 걸려 있는데, 제작자가 이 곡의 역사에서 나오는 노스탤지어에 주목했거나, 아니면 적어도 그러한 측면을 좋아해서 선곡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신세기 에반게리온〉을 감상한 적도 없고 딱히 별다른 추억도 없는 저에게 있어서 〈Fly Me To The Moon〉은 결코 각별한 곡이 아닐 것임에도, 이 곡으로부터 노스탤지어를 느끼는 데에는 그런 개인적인 추억이 있느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만큼 오랫동안 널리 사랑받아 오면서 사람들의 가슴에 박힌 곡이고, 그렇게 만들어진 곡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후반부에서 소재 스스로가 허구임을 인식시키는 일이 작품의 감성을 강화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전반부에서 후반부로의 전환은, 어떻게 보면 시청자가 몰입할 수 있는 세계를 의도적으로 줬다가 뺏는 구성을 띠고 있습니다. 그것이 닿을 수 없는 허구라는 사실이 더 뼈저리도록. 하지만 동시에 스스로가 시청자의 과거와 더 가까운 모습이 되도록. 여기에 더해, 곡의 정체를 알아차리게 되는 시점이 바로 이 전환 시점과 맞아떨어지면서 그 작용이 극대화되는 설계가 되어 있습니다. 소재 방향성의 전환이 원곡의 그러한 전개를 증폭시키는 설계가 되어 있습니다.

저는 이 작품이, 최소한의 음매드 문법만으로 음매드이기에 가능한 복합적인 감성을 전달하는 데에 성공했다는 점이 인상 깊었기 때문에 올해의 소리MAD 1선으로 고르게 되었습니다.

제가 말을 너무 꼬아서 하고 있나요? 사실 위에서 이야기한 것들은 10선 기사를 위해 일부러 심오하게 해석한 측면이 있고, 저는 올해 감상한 음매드 중에 이 작품이 가장 귀여웠기 때문에 1선으로 고르게 되었습니다. 그런 것으로 해도 괜찮습니다. 귀여움은 정의죠.

저는 〈슬로우 스타트〉 역시 감상한 적이 없지만, 잘 모르는 귀여운 여자아이들이 이야기를 주고받는 잔잔한 일상계 애니메이션의 클립에서 노스탤지어를 느끼기에는 충분한 문화 생활을 해 왔나 봅니다. 적어도 이 작품이 그렇게 저를 설득했습니다.

달은 닿을 수 없었을 때 더 아름다웠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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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며

제 '2025 올해의 1선' 시리즈를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70여 시간을 넘긴 대 지각에 대해서 심심한 사과의 말씀 드립니다.

2023년에 제가 10선에 선정했던 〈音MAD〉 라는 작품에는, "음MAD란 무엇인가?" 라고 하는 물음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2년간 그에 대한 정말 많은 대답이 나왔죠.

그로부터 2년 후인 2025년, 한 해를 돌아 봤을 때 2025년의 음매드계에 걸맞는 질문은 무엇이었을까, 저는 "음MAD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그리고 "음MAD는 무엇이 될 수 있는가?" 였다고 생각합니다.

음매드는 500명에 달하는 관객과 음매드계 내외의 공연자를 한데 모아 그 어떤 공연보다도 관객을 열광시킬 수 있었고, 매스 미디어를 통해 우스꽝스러운 2차 창작의 문화적 지배력을 보여줄 수 있었고, 언어의 장벽을 넘어 이웃 나라의 모두가 의미도 모르는 노랫말에 빠져들게 할 수도 있었습니다.

저는 특히, 음매드이냐 아니냐의 아슬아슬한 경계에 서서 그 어떤 미디어도, 심지어 과거의 음매드들조차도 만들어내지 못한 새로운 감각을 표현해낸 음매드가 올해 눈에 띄게 많았다고 느꼈습니다. 그 새로운 감각이라는 것은 물론 음매드라는 매체의 한계에 도전하는 작품에서 보이기도 했지만, 반대로 오늘날 음매드의 특징적인 요소에 집중한 채로 다른 미디어에서 추구하는 표현법을 수용하거나 재해석함으로써 얻어진 경우도 있었습니다. 바꿔 말하자면 음매드를 만들고자 하기보다는 음매드의 특성 자체를 표현의 수단으로 다루려는 시도를 보다 자주 접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점에 착안해서, 올해는 조금 (많이) 억지를 부려, 저에게 각자 다른 형식으로 새로운 감각을 느끼게 해 준 열 개의 음매드를 선정하고, 각자를 다른 어떤 미디어로 여기거나 해석할 수 있을지 생각하여 소제목을 달아 보았습니다. 그러고 나서 컨셉질을 조금 더 심화시켜볼까 하여 열 개의 별개의 기사로 나눈다는 시도까지 해 보았습니다. 제가 봐도 별로 두서도 없고 재미도 없지만 그래도 그냥 썼을 때보다는 더 나은 방향성으로 글이 써진 것 같네요.

2025 소리MAD 10선 릴레이의 다음 차례로는, 1월 12일양정훈 님이 기사를 게시해 주실 예정입니다. 반절 남은 앞으로의 10선 기사들, 그리고 2025 소리MAD 대상까지, 끝까지 함께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감상과 좋아요는 디스코드 혹은 트위터에서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