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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올해의 ASMR 1선

안녕하세요? 릴라입니다.

갑작스럽지만 여러분은 ASMR을 즐겨 들으십니까? 저는 안 듣습니다.

나름 가끔씩 시도해보기는 하는데, 귀가 간지러운 특유의 감각이 도저히 유쾌하게 느껴질 기미가 안 보이더라고요.

대신, ASMR과는 다른 개념이긴 한데, 올해부터는 DLSite에서 동인 음성(특히 바이노럴 녹음된 것)을 조금씩 구매해서 들어보고 있긴 합니다. 단순히 귀를 간지럽히는 게 중점이 아니라 보이스 액팅에 바이노럴 효과와 FX를 이용한 연출이 더해지는 작품들이 있어서, 매체 불문 흥미로운 '소리'나 그 활용에 관심이 많은 제 입장에서는 꽤 흥미로운 작품들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무슨 장르의 음성을 듣냐고요? 음..

그런 제가 올해에는 듣도보도 못한 형태의 ASMR을 접하게 되었기에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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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써ㅋ 학교에서 키키와 톰보의 커플링 생각 하면ㅋ

2024년 12월 27일 雪國 님이 니코동에 게시한 ASMR입니다. 애니메이션 〈패배 히로인이 너무 많아!〉를 소재로, 애니메이션 〈마녀 배달부 키키〉의 OST 중 하나인 〈바다가 보이는 마을〉을 원곡으로 합니다. 짐작이 되시겠지만 제목의 톰보는 작중에서 키키와 엮이는 남자아이라네요.

또한 이 작품은 2024년 12월부터 진행된 〈미니멀 음MAD 게시 이벤트〉 의 참가작이기도 합니다.


미니멀 음매드란 일반적으로 피치 변경 없이 하나의 소재에서 1~2개의 구절만을 반복시켜 리듬감을 형성하거나 곡의 리듬감에 맞추어 가는 형식의 음매드를 말합니다. 그냥 대사나열 음매드나 랩조계 음매드와의 차이점을 잘 모르시겠다면, 다음 작품이 참고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피치 변경을 통한 음 조교가 있긴 한데 그걸 무시하고 대사만 보면 훌륭한 미니멀 음매드 작품입니다.

  • 소리MAD 대상에 투표할까도 꽤 진지하게 고민한 작품입니다

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시면, 이 이벤트를 주최한 장본인이기도 한 小ブラシ 님이 음MAD Advent Calendar 2024의 일환으로 작성하신 미니멀 음매드에 대해 소개하는 기사가 있으므로 읽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ミニマル音MADについて


이 작품은 "그렇군, 간접 키스였네", "못써, 학교에서 이상한 생각 하면"라는 두 구절의 대사만으로 3분 32초간 진행됩니다. 특이한 점은 누가 들어도 명백히 과도할 정도로 대사를 늘려서 쓰고 있다는 점인데, 원작에서는 말하는 데 5초 걸린 두 구절을 이 작품에서는 거의 12초 정도로, 무려 0.4배속으로 잡아 늘려서 쓰고 있습니다. 음악이 없이 그냥 이만큼 늘린 음성이었다면 듣다가 속 터졌을 텐데, 곡에 맞춰 제대로 대사나열을 해 놓으니까 이걸 답답하다고 느껴야 하는지 아닌지 굉장히 난감합니다.

이 늘어난 음성을 듣고 있자면 몸속이 간지러운 듯한 이상한 감각이 들면서도, 이 터무니없는 템포를 이어가는 제작자의 강단과 점점 이에 적응되는 나 자신이 어이가 없어서 입꼬리가 점점 올라가고, 과연 이 끝은 어디인지 확인하고 싶어집니다. 진심으로 이렇게 3분 32초를 채울 생각일까요?


원곡의 전개가 바뀌는 1분 40초부터 갑자기 작품이 새로운 국면을 맞습니다. 대사를 갑자기 두 글자씩 잘라서 "이카이카이카이카" "난난난난" "네~네~네~네~" 하는데, 각각에 번호를 붙여가며 선수 소개?를 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1분 51초부터 이어지는 장면이 압권인데... 이 장면만은 저 스스로도 좀 아껴먹고 싶기 때문에 스포일러 방지라고 생각하고 여러분도 작품에서 직접 확인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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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사비에서는 이런 (다른 의미로) 정신나간 템포를 관철하면서도 한결 구성이 풍성해지는데, 점점 입체음향으로 추임새가 붙거나 남자 주인공 누쿠미즈가 리듬을 탄다거나 합니다. 그러고는 곡 아웃트로에서 그냥 정지화면 그대로 (더 이상 이전처럼은 들을 수 없게 된) 원곡의 여운을 느끼게 해 주면서 끝납니다.

나름 랩조계 음매드나 미니멀 음매드를 적지 않게 챙겨보는 편입니다만, 이런 작풍은 난생 처음 볼 뿐더러 애초에 음매드로 이런 간지러움?을 느낄 수 있으리라는 상상조차 못했습니다. 마성의 중독성도 가지고 있고, 생각지 못한 펀치라인과 충실한 구성도 가지고 있고, 저에게 난생 처음 겪는 감각을 선사한 이 작품을 올해의 ASMR로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ASMR이랑 무슨 상관이냐고요? 듣고 있으면 몸이 간지러워지는 게 ASMR 아니었나요?


본 기사는 2025 올해의 1선 by 릴라 시리즈의 일부입니다.

마지막 기사인 2025 올해의 소리MAD 1선 말미에서 시리즈 전체를 갈무리합니다. 본 기사는 지금 읽고 계신 여러분께서 시리즈 전체를, 아니면 최소한 2025 올해의 소리MAD 1선을 필히 읽어주시리라는 것을 전제로 쓰였음을 감안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