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릴라입니다.
갑작스럽지만 여러분은 팬영상이라는 것을 즐겨 보십니까?
저는 몇 년 째 홀로라이브나 시구레 우이의 키리누키를 즐겨 보고 있습니다. 버튜버=키즈나아이 였던 시절의 저는 한 트위치 스트리머를 소재로 음매드까지 만든 적도 있었는데, 세상이나 취향이나 참 빠르게 변하는군요.
키리누키가 무슨 팬영상이냐고요? 음... 그러면 뉴로사마의 팬 애니메이션은 어떻습니까?
그런데 올해는 제가 상상도 못한(완전뻥) 스트리머를 위해 만들어진 너무나도 잘 만들어진 팬 영상이 있었기에 소개하고자 합니다.
.
.
.
.
.
.
.
.
무서운집합챼
작년까지의 제 10선 기사를 보셨다면 짐작하실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저는 사실 이런 형식의 지극히 음매드스러운 대작을 남들만큼 좋아하는 편은 아닙니다.
정보를 꽂아넣는 것과 늘어놓는 것의 차이라고 할까요. 그러니까 단순히 정보량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정보 하나하나를 시청자의 뇌에 꽂아넣으려는 집념으로 음원의 배치를 치밀하게 설계하고, 전개의 완급을 세심하게 조절하고, 이에 더해 대사의 믹싱까지 완벽하게 해내야 비로소 도파민이 의도한 대로 터지는 것인데, 음매드라는 바운더리 안에서 '대작'스러움을 추구하는 작품들 중에는 생각보다 이걸 잘 못해내는 작품이 많다고 개인적으로 느낍니다. 그렇다고 이러이러한 점이 잘못되었다라고 제가 지적할 수 있는 건 아니고 그냥 개인적인 생각이자 편견이고 정당화이긴 합니다.
그런데 무서운집합챼는 달랐습니다.
영상이나 구성 측면의 해설은 다른 분들이 더 잘 해주시리라고 생각하여 제가 특히 마음에 들었던 부분만을 간략하게 이야기하자면, 저는 두 번의 사비에서의 대사나열이 주목할 만하다고 봅니다.

대부분 알고 계시겠지만, 이 작품은 대정령 소재 중에서도 쯔꾸르 게임 실황을 위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쯔꾸르 게임의 소재를 넘나들면서,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플롯과 원곡의 흐름에 딱 알맞는 밀도의 대사나열을 보여주고 있죠. 그런데, 두 사비에서는 이와 다르게 대정령의 비교적 유명한 온갖 대사를 끌어다 쓰는 구성으로 바뀌어 버립니다.
자칫 작품의 테마를 난잡하게 만들 수도 있는 선택인데, 여기에서 원곡을 따라 "다"라는 어미로 라임을 맞춘다는 선택으로, 확장되는 소재들의 구심점을 잡고 시청자들이 템포를 놓치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사비와 그렇지 않은 부분의 테마에 변주를 주어 플롯을 입체적으로 만들면서도, 작품의 흐름이 끊어지지 않도록 연출하여 전체적인 작품의 몰입도를 높이는 데에 성공했다고 하겠습니다. 물론, 라임 뿐만이 아니라 대사의 억양이나 거시적인 완급 등이 원곡과 훌륭한 조화를 보이고 있기도 합니다.
노파심에 덧붙이자면, 저라고 해서 여러분과 다르게 "아 나는 하이라이트의 영상보다도 이 대나사열 음원이 더 마음에 들었는데~"라는 이유로 이 작품을 10선으로 뽑았다는 것은 아니고, 다만 제가 지금까지 봐 온 비슷한 규모의 '대작'들은 그만큼 음원 면에서 마이너스가 될 수 있는 여지가 많았는데, 이 작품은 그걸 훌륭하게 극복해냈기 때문에 가산점이 붙었다고 하겠습니다.
아무튼 종합적으로 이 작품은 대정령의 게임 방송에 대한 애정을 음매드적으로 가능한 한 최대한으로 뽑아낸 작품이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영상에서 완급 조절을 살짝만 더 해서 인지적으로 쉬어가는 구간을 뒀으면 보다 세련된 작품이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 그건 제 이기적인 취향일 뿐이지 사실 근래 합성계의 유행을 거스르는 것이기도 하고, 소재가 상징하는 시대상과도 지금의 밀도가 더 어울린다고 보기 때문에 딱히 이 부분에서 잘못된 선택을 했다고는 생각되지 않네요. 바꿔 말하면 이런 개인적인 아쉬움 따위는 중요하지 않을 정도로, 추구하는 방향에 있어서 완전한 만듦새를 보여주는 작품이라는 거겠죠.
결과적으로는, (저도 사람인지라) 문제의 2분 57초를 마주하고 느낀 소름이 아직까지 잊혀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 작품을 올해의 팬영상 1선으로 꼽게 되었습니다.
본 기사는 2025 올해의 1선 by 릴라 시리즈의 일부입니다.
- 2025 올해의 샘플링 뮤직 1선
- 2025 올해의 뮤직 비디오 1선
- 2025 올해의 AMV 1선
- 2025 올해의 ASMR 1선
- 2025 올해의 콜라보 1선
- 2025 올해의 팬영상 1선 << 지금 여기
- 2025 올해의 교양 비디오 1선
- 2025 올해의 음악 1선
- 2025 올해의 문장 1선
- 2025 올해의 소리MAD 1선
마지막 기사인 2025 올해의 소리MAD 1선 말미에서 시리즈 전체를 갈무리합니다. 본 기사는 지금 읽고 계신 여러분께서 시리즈 전체를, 아니면 최소한 2025 올해의 소리MAD 1선을 필히 읽어주시리라는 것을 전제로 쓰였음을 감안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