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릴라입니다.
갑작스럽지만 여러분은 음악을 즐겨 들으십니까? 저는 음악 감상을 좋아해서 일 년에 한 곡 이상은 꼭 듣습니다.
저는 2014년에 모바일 리듬게임 Cytus에 입문한 것을 계기로 동인음악에 발을 들이게 되어, 좋아하게 된 작곡가의 음반이나 참여한 컴필레이션을 찾아 듣고 Bandcamp 등으로 디지털 음반을 사서 듣는다던가 하기 시작했습니다. Cytus에는 리듬게임 치고도 굉장히 다양한 장르의 곡들이 수록되어 있었기 때문에, 제가 너무 리듬게임스러운 음악에 치중된 취향을 가지지 않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결과 지금은 J-POP에 가까운 물건부터 IDM에 가까운 물건까지 꽤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가리지 않고 듣게 되었습니다. 아니 사실은 가려 듣는데, 뭔가 화성진행적으로나 사운드디자인적으로 일본색이 짙은 음악을 유의미하게 선호하기 때문에, 어떤 장르든간에 그런 일본 냄새가 나지 않는 음악은 보통 안 듣습니다. 반대로 그런 냄새가 나면 가리지 않고 듣습니다. 그런데 사실 장르에 따라서 제가 체득한 일본색이라는 것이 사실은 다른 나라의 것이었던 경우도 있고 아무튼 굉장히 주관적인 편식이긴 합니다.
그런데 올해는, 예전의 저라면 상상도 하지 못했을 곳에서 가장 큰 음악적 충격을 받았기 때문에, 그 경험을 글로 남겨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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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s Boilerplate 음MAD-mix
2025년 4월 19일 nerdtronics3 에서 공연되었고, 21일에 名有りさん 님이 니코동에 게시한 음악입니다. 이 작품은 일본의 '음MAD 작가가 뽑는 음MAD' 10선 투표에서 21표를 받으며 생방송에 노미네이트되기도 했습니다.
작품을 감상해보시면, 원곡들의 장르 자체가 익숙하지 않으신 분들도 많으실 거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저도 베이스 뮤직의 장르 구분에는 다소 미숙함이 있지만 그래도 시도해보자면, 이 믹스를 구성하는 곡들의 장르는, 정말로 Bass Music이라고밖에는 딱히 구분하지 않는 실험적인 곡들입니다만, 굳이 장르명을 하나 꼽아야 한다면 Neurostep이라고 생각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참고로 제가 이렇게 쉼표를 이어가며 문장을 못 끊고 있으면 설명을 틀린 부분 없이 전해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적어야 전해질지 몰라 횡설수설하는 구간이므로 적당히 흘려들으시면 됩니다.
Neurostep은 일단은 Dubstep과 Neurofunk에서 파생된 하위 장르인데, 기존에 흔히 아시는 덥스텝에서 갈라져 나온, 보다 실험적인 사운드를 많이 쓰는 하위 장르라고 생각해주시면, 틀린 설명이긴 하지만 이 믹스를 이해하는 데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 같습니다.
(구체적으로는 Right In 파트는 Brostep일 것이고, Color Riddim 요소가 있거나 Neuro Hop인 부분도 있고, 마지막 파트는 아예 IDM이라고 봐야 하겠습니다만, 위에서도 말했듯이 요즈음 나오는 실험적인 베이스 뮤직들은 더 세부적으로 나누지 않고 그냥 베이스 뮤직이라고만 부르는 편입니다. 덧붙여 IDM은, 원래는 그런 뜻이 아니었지만, 요즘은 쓰이는 범위가 워낙 넓어져서, 일단 실험적인 댄스 뮤직(실제로 춤추기는 어려운)이라고 생각해주셔도 크게 무리는 없-
아! 됐고!
작품을 건조하게 해설하자면, 각종 실험적인 베이스 뮤직과 음매드를 접목시킬 수 있는 다양한 방법론들을 둘러보는 믹스라고 할 수 있을 듯합니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익히 아는 대중적인 덥스텝에는 특징적인 베이스 음색이 정해져 있어서, 그것과 비슷한 소리을 찾을 수 없는 소재로는 음매드 제작은 꿈도 못 꾸는 구석이 있는데요.
오히려 실험적인 베이스 뮤직의 경우, 특히 어택이 세고 빠르게 반복되는 베이스 사운드가 쓰인 경우에, 이걸 생각보다 단순하게 음매드랑 접목할 수 있는 접점이 생기는구나라는 걸 이 작품을 통해 처음 의식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게 말이 쉽지 실제로 원곡의 분위기를 유지하거나 따라잡기 쉽지 않을 것이고, 곡이 난해한 만큼 이걸 못 살려내면 너무나 쉽게 이도저도 아닌 작품이 되어버릴 것인데, 이 작품에서는 그것을 영상으로 어떻게 살릴 수 있을지에 대한 가능성 또한 너무나 폭력적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믹싱도 중요한 요소이겠지만, 막상 잘 들어보면 10분 내내 믹싱이 엄청 현란하게 되어 있는 것은 또 아니긴 합니다. 저는 먼 옛날 FL Studio에 막 익숙해져가던 시절부터 브로스텝 등의 장르를 음매드로 만들고자 시도하면서, 어떻게 효과를 떡칠하면 그와 비슷한 소리를 낼 수 있을지 꽤 여러모로 시도해왔던 적이 있는데, 이 작품은 그러한 접근법에 대한 반론이라는 감상도 들었습니다.
저는 영광스럽게도 좋은 기회로 nerdtronics3 회장에서 이 믹스를 직접 감상할 수 있었는데요, 러닝타임 10분동안 입이 다물어지지 않고 손이 머리에서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특히 층격적이었던 구간은, 당연히, 8분 39초부터 시작되는 마지막 파트였는데요.

제가 2024년 10선 기사에서 주창한 적 있는, '정보 과부하'를 유발하는 '맥락의 짜깁기'라는 음매드의 특성을 정확하게 노려서 음악적으로 재해석하여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제가 주창해온 '정보량과 관련된 음매드의 특성'을 저는 하나의 음악 장르로 바라보고 활용할 수 있다라는 생각을 줄곧 해왔고 2025년 10선 기사에 그에 대해서 쓸 기회가 올 것인지 고대하고 있었는데, 이 파트가 바로 그 모범답안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음매드의 폭력적인 난해함이 자연스럽게 묻어갈 수 있는 IDM이라는 이례적인 장르 선정부터, 흘리는 것 없이 시청자의 의식에 그 정보 하나하나를 모두 때려넣으려는 영상 표현까지 더해져서, 음매드적 특성을 활용했기에 가능한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음악적 충격을 만들어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것이 2025년 제가 겪은 가장 큰 음악적 충격이었기 때문에, 이 작품을 올해의 음악 1선으로 꼽게 되었습니다.
본 기사는 2025 올해의 1선 by 릴라 시리즈의 일부입니다.
- 2025 올해의 샘플링 뮤직 1선
- 2025 올해의 뮤직 비디오 1선
- 2025 올해의 AMV 1선
- 2025 올해의 ASMR 1선
- 2025 올해의 콜라보 1선
- 2025 올해의 팬영상 1선
- 2025 올해의 교양 비디오 1선
- 2025 올해의 음악 1선 << 지금 여기
- 2025 올해의 문장 1선
- 2025 올해의 소리MAD 1선
마지막 기사인 2025 올해의 소리MAD 1선 말미에서 시리즈 전체를 갈무리합니다. 본 기사는 지금 읽고 계신 여러분께서 시리즈 전체를, 아니면 최소한 2025 올해의 소리MAD 1선을 필히 읽어주시리라는 것을 전제로 쓰였음을 감안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건 진짜 아무래도 상관없는 사족인데, 얼마 전 트위터에 2025년 좋았던 곡들 n선을 올렸습니다.
이 중에서 TOP 5 정도를 뽑고 싶은데 뽑아도 딱히 올릴 데가 없어서 여기 덧붙입니다.
목록에 좋아하는 곡이 있으면 동질감을 느껴주시고 없으면 무시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