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릴라입니다.
갑작스럽지만 여러분은 뮤직 비디오를 즐겨보십니까? 음매드와 관련이 없는 곡이라면 어떤가요?
저는 애초에 동인음악을 즐겨 듣기도 하고, 최근에 아주 가끔씩 하고 있는 애니송 디제잉을 위해 디깅을 겸한다는 생각으로, 가끔 의식적으로 유튜브 알고리즘을 이용해 처음 보는 곡의 뮤비를 탐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그 중에서도 특히 뛰어나 뇌리에 깊게 남은 뮤비가 하나 있었기 때문에 소개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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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스리 걸즈
2025년 7월 19일 YTPMV 오프라인 이벤트 〈RealSample〉 에서 최초로 공개된 후, 20일에 しふお 님이 니코동에 게시한 뮤직 비디오입니다. 일본의 '음MAD 작자가 뽑는 음MAD' 10선 투표에서 53표를 받으며 8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원곡은 'Apricot 404 - パティスリーガール (feat. 雪乃さり)', 그러니까 '파티스리 걸'이라는 제목의 악곡입니다. 특별히 〈파티스리 걸즈〉 이전에 인지도가 있었던 곡이 아니라서, 원곡 유튜브 영상의 댓글 란을 보면 이 작품의 게시 이후로 관심도가 급증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마도 2023년경부터, 음매드 작자들이 대기업?의 상업 뮤비 안건을 받기 시작하면서 일반적인 뮤비에 음매드적인 연출이 도입되는 케이스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죠. 지금 떠오르는 대표적인 케이스로는 페코미코의 〈모시 레이스〉가 있네요.
우연인지 필연인지는 모르겠으나 이 시점 즈음부터 しふお 님 등을 필두로 하여 음매드 계에서도 PV풍의 영상이 시도되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점점 발전하다가 2025년에 와서는 아예 음매드화 된 적 없는 보컬곡을 플롯부터 새로 구상해서 사실상 오리지널 PV를 만들어오는 수준의 작품들이 보이게 되었습니다. 이 흐름의 대표적인 예시로는 2025년 개최된 기획 〈음MAD UNDER19〉의 참가작 〈거울에 반해서〉를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양질의 작품들이 많이 나오는 가운데에서도 〈파티스리 걸즈〉의 위상은 독보적이었습니다. 물론 원곡의 가사에 꽤 분명한 스토리가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MV도 없고 애니메이션 등 다른 미디어와의 어떠한 연관도 없는 보컬곡이기 때문에 영상을 제작할 때에 바탕으로 할 수 있는 요소가 없는데, 그런 조건에서 특정한 하나의 애니메이션을 주축으로 잡은 것도 아니고 파티시엘이라는 테마 하나만으로 플롯을 기획하고 MV를 만들어왔기 때문이죠. 심지어 그냥 음매드의 모습이 아니라 철저하게 음매드적 요소가 음매드적 요소로서 가미된 프로페셔널한 MV의 형태로.

MV에 음매드적 요소를 가미한다는 게 말로는 쉬울 수 있지만, MV의 콘셉트가 웬만큼 역동적인 게 아닌 이상은, 바쁘게 움직이는 음매드적 요소와 MV의 정체성을 담당할 정적인 요소 사이의 균형을 절묘하게 맞추는 일이 거대한 난관이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혹시 작품을 보셨는데 흠 그 정돈가 싶으신가요? 만약 그렇다면 그건 장담컨대 이 작품이 그 균형 맞추기를 당연하다는 듯이 너무 잘 해내서 그런 생각의 겨를조차 주지 않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작품은 어느 장면에서 일시 정지를 해도 구도와 균형이 흐뜨러지는 순간이 없고, 씬 하나하나를 뜯어보다 보면 웃음도 안 나오다 못해 북받쳐올라 눈물까지 날 정도의, 감동적인 완성도를 보여줍니다.
참고로 지금 저는 3D 애니메이션 및 에셋이나 그래픽의 화려함 같은 보다 기술적인 부분을 일부러 배제한 채 평하고 있습니다. 요즈음 국내외로 스킬 위주의 음매드가 부쩍 늘어나는 것에 대한 피로를 표하시는 분들을 가끔 보는데, 저도 거기에 꽤나 공감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이 작품과 같이 상당한 기술력이 들어간 음매드를 볼 때에는 기본기를 놓치지 않고 있는지, 음매드라는 맥락에 어울리는 표현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좀 대놓고 말하면, 정신사납지 않은지를 중심으로 깐깐하게 평가하는 편입니다. 이 작품은... 저는 오로지 이 작품의 기본기에 압도되어 위에 서술한 수준의 감동을 받았다고 말하겠습니다. 기술력은 거들었을 뿐이고요.
저는 〈RealSample〉을 실시간으로 감상하지 못해서 나중에 단품들을 따로 조금씩 찾아볼 수밖에 없었는데, 그 중에서도 이 작품은 아무리 익숙해져도 그냥 매우 잘 만들어진 오리지널 악곡의 MV를 보는 감각으로밖에 바라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에서는 오히려, 음매드에서 느낄 수 있는 경이를 넘어서, 위에서 이야기한 상업 안건 MV에서 이해도 높은 음매드적 연출이 등장했을 때의 반가움과 감동에 가까운 감정이 든다고 해야 할까요. 음매드에서 이러한 감각을 느껴본 적은 전무후무하기 때문에, 이 작품을 올해의 뮤직 비디오 1선으로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본 기사는 2025 올해의 1선 by 릴라 시리즈의 일부입니다.
- 2025 올해의 샘플링 뮤직 1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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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 올해의 문장 1선
- 2025 올해의 소리MAD 1선
마지막 기사인 2025 올해의 소리MAD 1선 말미에서 시리즈 전체를 갈무리합니다. 본 기사는 지금 읽고 계신 여러분께서 시리즈 전체를, 아니면 최소한 2025 올해의 소리MAD 1선을 필히 읽어주시리라는 것을 전제로 쓰였음을 감안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