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릴라입니다.
갑작스럽지만 여러분은 교양 비디오를 즐겨 보십니까?
저는 실제로 교양에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유튜브에서 Vsauce, NileRed, The Action Lab 등의 채널을 즐겨 보는 편입니다. 사실 이들의 쇼츠는 빼놓지 않고 챙겨보는 데에 비해 롱 폼 비디오는 잘 안 보기 때문에, 교양을 위해서라기보다는 그냥 도파민 충족을 위해 보는 것 같습니다.
근래에는 즌다몬이 나와서 각종 수학 관련 토픽을 해설하는 영상 같은 게 유행했던 모양인데요. 여러분도 마주치신 적이 있나요?
범위를 조금 더 넓히면, 보편적인 학문이 아니라 다른 세상의 지식을 다루는 영상들 중에서도 인상 깊었던 것들이 생각이 납니다. 예를 들면 미분음과 자작 언어를 만들고 이를 활용해서 만든 미친 인포그래픽 뮤비의 LΛMPLIGHT - Caftaphata (MV) 라던가, A 버튼 챌린지를 비롯해 슈퍼 마리오 64의 모든 흥미로운 요소나 챌린지에 대해 기술적으로 분석하고 해설하는 pannenkoek2012의 영상들이라던가. 넓게 보면 이런 영상들도 교양 비디오의 성격을 띤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프로그래밍 관련 영상들은 교양이 아니라 전공 비디오로 칩시다)
그런데 올해에는 그 중에서도 여러분께 소개하고 싶은 특별한 교양 비디오를 만났기 때문에 기사로 남기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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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소
2025년 9월 2일 Mix BadGun 님이 게시한 교양 비디오입니다.

Mix BadGun 님은 2023년의 10선 릴레이 기사에서 모습을 비춘 적 있는 〈함수〉 (関数)의 제작자이기도 한데요. 공식적인 시리즈로 정립한 건 아니지만, 이번 작품을 발표하고 돌아보니 〈함수〉와 〈⿰字見〉에 이어 '학식 시리즈'의 3번째 작품이 된 것 같아 재밌다는 후일담을 남기시기도 했습니다.
사실 제가 화학을 잘 아는 편이 아니라서, 위에 임베드한 cldgonz님의 한국어 번역본 이상으로 이 작품에 대해 해설할 수 있는 게 없긴 합니다. 그래서 아래에서는 이 작품의 만듦새에 대한 이야기나 제작자 분의 후기 일부 정도를 옮겨보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아래의 스크린샷들도 모두 한국어 번역본에서 따 왔기 때문에, 이 자리를 빌어 cldgonz 님께 무한한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 얘들아 담배를 왜 피워! 담배에는 타르, 니코틴, 메스암페타민...?
영상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고 또 테마에 가장 기여하는 요소는 역시 하단의 주석이겠죠. 이 빼곡한 주석은 구상 초기 단계부터 의식적으로 고려한, 이 작품의 핵심이 되는 요소라고 합니다. 다른 영상에서 보기 힘든, 교과서와 같은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많은 양의 주석을 달았다고 하네요.
또한 폰트로 사용된 Times New Roman은, 인쇄물이나 화학 시험지에서 볼 수 있고 또 학술적인 느낌을 쉽게 연출할 수 있어 채택했다고 합니다. 결과론적으로 보면 당연한 채택으로 보입니다만, 이런 요소들도 혼자서 결정한 것이 아니라, 화학을 전공하는 음매드계의 지인과 만나 작품 제작에 대해 이야기할 때에 토의를 통해 정했다고 하네요.

- 발상도 만듦새도 들어간 노력도, 음매드 학위 소지자 레벨
영상의 거의 대부분은 After Effect로 만들어졌는데, 거의 천 개에 육박하는 레이어에 일일이 키를 주느라 지루하기도 지루했지만 애펙이 말 그대로 도저히 버티지를 못해서 제작에 애를 먹었다고 합니다.

후반의 이 푸티지들도 전부 직접 촬영한 것이라고 합니다. 원래는 영상 시작부터 볼 수 있는 러더퍼드 모형과 같이 7개의 고리를 가진 질소 원자 모형을 3D 프린팅하여 쓰려고 했지만, 그 조형이 실제로 프린팅하기에 어려움이 있었고 여러 조각으로 나눠서 조합하려는 시도도 잘 통하지 않아, 결과적으로는 내부의 N만 떼어 사용하게 되었다고 하네요.

이렇게 많은 자문과 협력을 받고 대학 화학 지식까지 아우르는 방대한 정보량의 과학 영상을 만들어 놓고, 이것은 교양/교육용 영상이 아니라고 못박고 있다는 이 아이러니함. 심지어 후기 기사의 말미에서는 "이 작품은 굳이 이해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여러분은 그저 이 애니메이션들을 즐기면 됩니다!"라는 말로 글을 끝맺으시는데요.
제 2024년 10선 기사에서, 과다한 정보량 그 자체가 가지는 '정보 과부하'라는 작용에서 나오는 도파민을 추구하는 것이 음매드의 본질 중 하나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이 작품은 음매드로서는 이례적이게도, 맥락의 단절이나 재맥락화가 아니라 순수하게 학술적 정보량을 과다하게 욱여넣음으로써 이 작용을 성립시키고 있다는 사실이 주목할 만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단순히 그것이 가능하다는 개념 증명으로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중간중간에 치고 들어오는 필수요소들과 음원의 만듦새까지 더해져 음매드로서의 그 어떤 요소도 놓치지 않고 완전무결한 작품을 만들어 내었다는 점이 정말 굉장합니다.
이러한 종합적인 이유로 이 작품을 올해의 교양 비디오 1선으로 뽑게 되었습니다.
본 기사는 2025 올해의 1선 by 릴라 시리즈의 일부입니다.
- 2025 올해의 샘플링 뮤직 1선
- 2025 올해의 뮤직 비디오 1선
- 2025 올해의 AMV 1선
- 2025 올해의 ASMR 1선
- 2025 올해의 콜라보 1선
- 2025 올해의 팬영상 1선
- 2025 올해의 교양 비디오 1선 << 지금 여기
- 2025 올해의 음악 1선
- 2025 올해의 문장 1선
- 2025 올해의 소리MAD 1선
마지막 기사인 2025 올해의 소리MAD 1선 말미에서 시리즈 전체를 갈무리합니다. 본 기사는 지금 읽고 계신 여러분께서 시리즈 전체를, 아니면 최소한 2025 올해의 소리MAD 1선을 필히 읽어주시리라는 것을 전제로 쓰였음을 감안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